Rainbow Bible Class

“하나님의 진심을 알아가다”

2017.09.15 21:37

류호준 조회 수:3153

“하나님의 진심을 알아가다”

 

 

지금 소개하는 책의 원서는 2001년도에 출판된 책이다. 그 다음해 겨울 방학에 나는 칼빈 신학교가 있는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 시에 있었다. 칼빈 신학교에는 내 동료이며 친구인 선배 교수가 있었는데 에리 래더(Arie Leder) 박사다.『에덴의 동쪽에서』라는 책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구약학자이다. 이제는 은퇴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자였는데 어느 날 만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도중 엘런 데이비스(Ellen F. Davis)를 소개하면서 그녀의 방금 나온 책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이렇게 하여 나는 엘런 데이비스를 알게 되었고 그 후로 그녀의 글들과 책들과 설교들을 읽고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언젠가 한번 한국에 소개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이번에 출판사 [복 있는 사람]을 통해 한글 번역본을 보게 되었다. 내가 책을 접한 지 16년 만에 한글번역본을 갖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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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의 제목을 한글제목으로 옮기는 일은 언제나 많은 각도에서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한 문자적 번역이 어색할 수도 있고, 제목에 대해 원서의 독자들의 느끼는 것과 번역서를 읽는 독자들이 느끼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려는 책은 미국의 저명한 여성 구약학자가 쓴 저서로 영어 제목은 Getting Involved with God: Rediscovering the Old Testament이다. 굳이 문자적으로 번역하자면 “하나님과 관여하기: 구약의 재발견” 정도이다.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 머물러 사귄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한글 제목은『하나님의 진심: 구약 성경, 천천히 다시 읽기』로 잡았다. 책 제목을 보니 참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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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런 데이비스는 현재 미국 듀크 대학교 신학대학원(Duke University Divinity School)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종종 설교를 하는 설교자이기도 하다. 데이비스 박사는 온건하고 경건한 구약학자로서, 이른바 정경으로 성경을 연구해야한다고 주장하여 구약학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예일대학교의 B.S.차일즈 박사의 제자이다. 그녀는 구약성경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구약성경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세심하게 살피는 참 좋은 성경학자이다. 성경 속으로 들어가 그 본문이 들려주려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귀담아 듣고 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오늘의 신자들에게 부드럽고 때론 정교하게 전해주는 특별한 은사를 받은 학자이다. 여성의 섬세함과 꼼꼼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학문의 정밀성과 따스한 글쓰기와 소통의 미는 이 책 전체를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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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엘런 데이비스가 14년간 행한 강연과 설교들 중에 정선하여 책으로 묶은 것인데, 읽어본 사람은 어느 것이 강연이고 어느 것이 설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가독성과 현장성, 그리고 마음을 파고드는 온화한 논리와 설득으로 가득하다. 모두 하나님의 진심을 알아가는 책의 목적을 잘 보여준다.

 

제 1부에서는 고통과 찬양을 담고 시편을 공동체의 기도로서 바라보는 글들을 담고 있다. 시편으로 기도하는 문제, 슬픔과 저주와 찬양의 시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것은 모든 시편의 기도들이 그리스도인들이 온갖 고난과 슬픔 때론 비애와 즐거움의 여정을 통과하면서 영적 성장과 함양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제 2부에서는 사랑을 하려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러야하는지에 대해 모세의 떨기나무 불꽃 경험과 마리아의 성자 잉태를 연결하여 기막히게 묘사한다. 물론 이삭의 결박 이야기와 아가서를 통해서 하나님 사랑의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다각도에서 묘사한다.

 

제 3부은 지혜의 삼중주를 연주하는 잠언, 전도서, 욥기를 다룬다. 모순과 부조리의 세상 안에서 제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의 비밀과 하나님 경외를 절묘하게 연결시킨다. 삶을 위한 지혜 말이다. 3부의 제목으로 ‘잘 사는 기술’로 번역했지만 차리라 ‘잘 사는 삶의 예술’로 했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제 4부는 5편의 설교 컬렉션으로 ‘마음의 습관들’이란 제목을 붙였다. 198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다층적 진단과 처방으로 이제는 사회 인문학 분야에 고전이 된 책 “마음의 습관들”(Habits of Heart)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마지막 5부는 엘런 데이비스의 지속적인 관심인 현대적 문제로서 생태학에 대해 성경적 안목에서 진단하고 비평하는 글이다. 끝으로 유려한 번역으로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돋보이게 한 탁월한 번역가 양혜원 박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래는 이 책에 실린 나의 추천단평이다.

 

 

내가 학문적으로,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매료된 현대 구약학자들 가운데 엘런 데이비스는 언제나 맨 앞줄에 선다. 그녀의 인품뿐 아니라 학문성과 영성에서 그러하다. 이 책은 그녀의 수많은 강연과 설교에서 발췌한, 정밀한 구약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넋을 잃고 강의에 몰입하는 진지한 학생이나 된 듯했다. 낭비되는 단어나 문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품격이 있는 구약신학 글쓰기의 전형이다. 구약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이렇게 진솔하고 격조 있게 전달하는 구약학자는 참으로 드물다. 특별히 시편과 지혜문헌에 대한 해석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본문을 존중하며, 본문이 스스로 말하도록 한 걸음 물러나 들으려는 학자적이고 겸손한 영성과 온화한 목회자의 인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나님의 진심』은 단순히 구약을 재발견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한층 깊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책은 혼탁한 세상에서 진실을 추구하려는 영혼을 위한 따스하고 진한 수프다. 때론 공감으로, 때론 도전으로, 때론 아픔으로, 때론 위로로, 때론 새 비전으로 다가오는 글들이다. 구약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정독을 요청하는 신선한 목소리다. 마음을 다해 강력 추천한다.

 

류호준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차례

 

1부 고통과 찬양 - 공동 기도로서의 시편

1. 더 잘 겨냥하기 위하여 - 시편으로 기도하기

2. “눈물에 내 요가 녹을 지경입니다” - 슬픔의 시편

3. 그건 말도 안 됩니다! - 저주의 시편

4. “슬픔을 춤으로” - 찬양의 시편

 

2부 사랑의 대가

5. “비켜서야만 한다” - 불타는 덤불

6. “네 아들을 데려가라” - 이삭을 묶다

7.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이” - 사랑의 노래

 

3부 잘 사는 기술

8. 지혜로운 무지 - 잠언

9. 소박한 선물- 전도서

10. 고통받는 자의 지혜 - 욥기

 

4부 마음의 습관

11. 바람직한 훈련 - 잠언 8장

12. 사랑에 눈먼 자 - 출애굽기 33장

13. “풀처럼 내가 말랐도다” - 시편 102편

14. 자발적인 상심 - 시편 51편

15. 그늘에서 섬기기 - 이사야 49장

 

5부 이 땅의 토라

16. “정직함은 땅에서 나온다” - 성경에서 배우는 생태학

17. 욕심과 예언 - 민수기 11장

 

엘런 F. 데이비스,『하나님의 진심: 구약 성경, 천천히 다시 읽기』(복 있는 사람, 2017).

287쪽.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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