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클린조크: “바다와 나”

2015.06.16 23:44

류호준 조회 수:1933

안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1973년으로 기억됩니다. 대학교 2학년 여름에 나는 생전 처음으로 바다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살면서 그 흔한 인천 앞바다도 못 가볼 정도로 유년시절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내가 생전 처음 본 바다는 부산의 영도 앞 바다였습니다. 예닐곱 명의 친구들과 선교 봉사 여행 차 부산에 갔다가 자연스레 바다 구경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다를 처음 보는 순간은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 절정(anti-climatic)이었습니다. 영화나 흑백텔레비전을 통해서 보았던 그런 망망대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쨌든 부산의 영도 앞 바다는 동해바다가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친구들은 나를 데리고 부산시 사하에 있는 감천동 아래 조용한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나에게 바다를 경험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엔 감천 발전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그 때 그곳에 사는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새롭습니다. 깎아지른 언덕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저쪽 언덕 위에는 군인 부대가 있는데, 초가을이 되면 군인들이 지금 우리가 수영하려는 이 바닷가에 와서 대규모 김장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우리는 바다 물에 뛰어들어 수영(이라 쓰고 헤엄이라 읽는다)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나를 가리켜 류 스트롱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에 빗대어 나를 그렇게 부른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나는 수영에 관한한 왕 초보였기 때문에 그리 멀리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개구리헤엄인지 개헤엄인지로 기를 쓰고 앞으로 나가기는 했는데 너무 나간 것 같아 방향을 틀어 다시 돌아오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숨은 차고 힘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허우적거리다가 그만이야 바닷물을 벌컥 마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개헤엄을 치면서 웃다니 이건 뭔가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웃을수록 바닷물이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살려달라고 소리치면서도 이상하게도 미친놈처럼 계속 웃음이 나왔습니다. 헤엄 왕 초보가 해안가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웃음이 더 터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죽으면서 웃는, 아니 웃으면서 죽어가는 유일한 사람이 될 뻔 했습니다. 보고 있던 친구들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나를 끌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물었습니다.

, 임마! 너 왜 실실 대고 웃는 거야?”

웃기지 않니?”

뭐가?”

 

헐떡거리며 나는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 너희들의 말이, 군인들이 이 바다에 와서 김장을 한다고 했지?”

그래, 그렇다. 근데 왜?”

아니 도대체 그놈들이 김장한다고 여기에 얼마나 많은 소금을 뿌렸기에 이렇게 물이 짠 것이냐?”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 순간 친구들이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하였습니다. “야 이놈아, 바닷물이니깐 짜지!”

 

아니 뭐라고? 바닷물이니깐 짜다고?” 그 순간 나는 멍해졌습니다. “아니고! 젠장! 그렇지! 바닷물이니깐 짜지!”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학교 책상 앞에서 배운 것과 실제로 바닷물을 먹으면서 배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던 것이었습니다. “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가슴 깊숙이 안착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안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 가장 좋은 배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하기를 지혜는 경험을 통해서 축적되어진다고 하나 봅니다. 어쨌든 "바닷물은 짭니다!”  이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사실이고 나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압니다!


[La Jolla Cove, CA]

At La Jolla Cove, C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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