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만강에 비친 달에 취하다

 

 

재작년 신년 주일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오려는데 87세가 되시는 울 교회 최고령 장로님께서 다가오시더니 목사님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장로님도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드렸습니다.떠나려고 하는데 잠시 기다려 주실래요?”라고 하십니다. 잠시 후 장로님께서 무엇인가 들고 오셨습니다몸도 불편하시고 바깥바람도 찬데 목사님, 이거 아주 좋은 거에요!”라고 무엇인가 건네주십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린 후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당시 나는 긴 비행기 여행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차로 피곤에 지쳐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든 선물이었습니다. 얼마 후 정신이 돌아오자 그 선물이 뭔가 하고 열어 보았습니다. 어허, 이게 뭔가?”만강(滿江)에 비친 달이라! 멋진 제목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제품 설명서를 본 후에야 알았습니다.한국산 막걸리를 외제 와인처럼 만든 멋진 술병이었습니다어쨌든 나는 정이 많으신 노 장로님의 사랑에 흠뻑 취했습니다. 사람이 이런 탁주(막걸리)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취하면 제대로 취한 것일 거야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럼 저 만강에 비친 달을 달은 어떻게 처리해야할까?혼자 속삭였습니다.버려야 한다!” 버려야한다면 어떻게 버려야할까?마셔버려야 한다?” 아니면 기념품으로 간직해야 한다?”  

 

 

그 장로님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생 이 교회 저 교회를 다녔지만 처음으로 내가 사역하는 교회에 오셔서 교인으로 등록하시고 그 사실을 가장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곤 하던 장로님이셨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삼 개월 정도 투병하셨습니다. 가끔 병문안을 갔습니다. 산소 호흡기를 입과 코에 부착하셨고 가늘어진 손목에는 온갖 주사 바늘이 어지럽게 꽂혀 있었습니다. 가끔 혼수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면 내 손을 꼭 잡으셨습니다. 그 따스함이 내 심장에도 전해졌습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고 계시는지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내 손을 놓고는 엄지를 치켜 올려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 치켜든 엄지는 당신에게는 내가 세상에서 최고의 목사라는 뜻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추운 겨울 새벽 영안실에서 마지막 발인 예배를 마치고 장로님과 나는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면서 낯선 이별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렇게 되 뇌이었습니다. “조동환 장로님, 다음에 저 위에서 다시 만날 땐 기념품으로 간직했던 만강에 비친 달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나라엔 해도 달도 없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추신1: 탁주의 행방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알려 드립니다. 그 탁주는 연로하신 울 삼촌이 오셨을 때 선물로 드렸으니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추신2: "만강에 비친 달"은 고 조동환 장로님의 큰 사위분이 개발하신 국산고급탁주로서 예술적 혼이 담긴 전통 고급 와인 입니다. 홍천에 자리잡고 있는 주조장의 이름은 "예술"이며 대표는 정회철님으로 서울 법대출신의 변호사이며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로 있다가 뜻을 두고 강원도 홍천에 전통주 예방(예스런 주조방)을 차렸습니다. 사이트는 http://www.ye-sul.co.kr/index.html   

 

 

[Starry Night, shoot at near Traverse City, MI]

별이빛나는밤(북미시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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