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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 유감

 

퍼즐 맞추기(jigsaw puzzle)를 아십니까? 퍼즐(조각) 그림은 수백 개 피스 퍼즐에서부터 천 단위 이상의 피스 퍼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퍼즐 맞추기는 흥미로운 놀이이긴 하지만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주로 어린아이들의 지적 발달을 위해 만든 퍼즐은, 연령대에 따라 퍼즐 맞추기 난이도도 다릅니다. 물론 퍼즐의 숫자가 많고 그림이 복잡할수록 난이도가 높습니다.

 

오래전 나의 큰 딸이 중학생이었을 때였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좁은 아파트에서 고등학교 입시 준비하느라 무던히 애를 쓰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부에 지치고 효과도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자 속이 무척 상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성격상 스트레스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큰 딸아이는 자신과의 또 다른 싸움을 걸었습니다. 걸어서 거의 한 시간쯤 되는 쇼핑몰에 가서 퍼즐을 사온 것입니다. 보아하니 1500개 피스 퍼즐이었습니다. 내가 딸의 방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그 많은 퍼즐 조각들이 방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스트레스를 풀 겸해서 바닥에 던져버린 것 같았습니다. 퍼즐들이 담겼던 박스만이 책상 위에 반듯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30도가 넘는데다 무덥기까지 하여 불쾌지수가 여간 높은 날이 아니었습니다. 열이 올라 그런 것인지 무더위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분간이 안 갔지만 어쨌든 얼굴은 붉은 홍조를 띠었고 송골송골 땀방울이 얼굴과 팔을 타고 흐르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부하다 잠시 쉴 때 퍼즐을 맞추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머리를 식히려고 퍼즐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퍼즐 맞추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딸아이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내성적인 딸아이의 자기와의 싸움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나는 퍼즐이 그럴듯한 모습으로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느 후줄근하고 습한 오후였습니다. 이층 딸의 방문을 가만히 열어보았습니다. 딸은 방문이 열리고 있다는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비석처럼 방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선채로 뭔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책상위에 세워둔 퍼즐 박스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퍼즐 박스 표면에는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 호수와 호수변의 그림 같은 집들 풍경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퍼즐을 완성하면 나오게 되는 그림사진이었습니다. 딸은 그 그림사진 원본을 눈 속에 집어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망부석처럼 서있던 딸을 보다 자연히 방바닥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와우! 박스 표면에 있는 그 아름다운 풍경이 방바닥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해낸 것입니다. 한증막 같은 이층 방안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공부와 퍼즐 맞추기를 오고가며 애를 쓰던 땅이 마침내 환상적인 그림을 완성한 것입니다.

 

벌써 17년 전의 한 무더운 여름날의 이야기입니다. 엊그제 나는 예수는 주님이시다라는 초대 교회 교인들의 신조(信條)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수는 주()”(Jesus is the Lord)는 단순하지만 가장 심오한 초기 기독교인들의 신조(信條, article of faith)였습니다. 이 신조는 세상 모든 것들과 세상 모든 일들,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모든 것(萬有)은 궁극적으로 주인이시며 왕이시며 주권자이신 예수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신조입니다. 이 신조를 진심으로 고백하는 신자들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들도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세상만사가 표면적으로 볼 때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이 산발적으로 우연히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마치 아파트 방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수많은 퍼즐 조각들처럼 때론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 알 수 없어서 그저 아득하고 막막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규적으로 책상위에 세워 놓은 퍼즐박스 표면의 큰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마음과 머릿속에 각인시켜 놓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을 이렇게 저렇게 맞추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고 퍼즐 조각들이 하나라도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 작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작은 기쁨들은 또 다른 기쁨들로 나갈 수 있는 힘까지 더해 줍니다.

 

그러나 퍼즐그림이 없거나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방바닥에 널려있는 퍼즐들은 맞추는 것은 재수나 운수 혹은 우연의 일치를 바라는 것과 동일합니다. 어쩌다가 이 퍼즐 조각과 저 퍼즐 조각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면 재수가 좋다, 우연의 일치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아무런 관계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난다고 믿는 것이 불신자들이 사고방식입니다. 여기서 내가 불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진심으로 고백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여기에는 명목상 크리스천들도 포함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제 내가 커피를 마시면서 누군가를 만났던 일과 이년 후에 내가 다른 나라에서 누군가를 만나 사업을 하는 일이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불신자라는 말입니다! 혹시 두 사건이 서로 연결되었다면 분명 우연의 일치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한 크리스천으로서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고백한다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한 일도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병이든 암이든, 사업실패이든 사업성공이든, 입시실패이든 입사성공이든, 행복한 결혼이든 불행한 결별이든, 죽음이든 생명이든, 그 어느 것 하나도 빠짐이 없이 주님의 큰 그림 안에 있는 퍼즐 조각이라고 믿는 사람이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고백하는 진짜 신자인 것입니다. 신자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중에 하나님의 큰 그림을 이루는 데 불필요하거나 덜 중요한 퍼즐조각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용광로 같은 뜨거운 고난의 날들과 죽음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고난 받는 것이 내겐 유익했습니다.” 라고까지 고백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와 우리 가족과 사회와 인류와 역사와 우주를 위해 하나님께서 큰 퍼즐그림(성경은 이것을 하나님의 경륜이라고 부릅니다)을 갖고 계시다고 믿는 신자와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우연이라고 믿는 불신자는 하늘과 땅, 천국과 지옥만큼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신자들 가운데라도 예수는 주님이십니다.”라는 고백을 진실한 마음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실질적 무신론자들일 것입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불신자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1500피스 퍼즐 유감이었습니다.

 

[Jigsaw Puzzle, 지그소 퍼즐]

지그소퍼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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