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어떤 젊은이와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은 우연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 그와의 만남 역시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 여름 나는 방학을 맞이하여 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Grand Rapids) 시에 있는 집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내가 1986년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Toledo) 시에서 교포 목회할 때부터 잘 알고 있었던 의사 조동기 장로께서 2000년 당시에도 오하이오 주 톨레도 시에서 살고 있었는데, 미시간 주의 머스키곤(Muskegon)이란 해안도시에서 열리는 연례 성경강해 집회인 마라나타(Maranatha) 수련회에 참석하면서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면 어떠냐는 제안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성경공부집회보다는 미국 전역에서 휴가를 내어 성경을 공부하며 인근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미국 크리스천들을 보기 위해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미시간 호수는 남한 면적의 절반 이상이 되는 바다 같은 호수로서 미국 오대호 중 하나입니다. 그런 호수 변에 위치한 도시 머스키곤에서 수련회가 열리니 나로서도 설렘으로 기대하였습니다. 여름인지라 호수변의 오두막집에 숙소를 잡았고 주변에는 하이킹, 골프장, 테니스장 그리고 광활한 해변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집회 첫날에 등록하고 수양관 호텔 현관에 들어서니 이미 백 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캐주얼한 복장차림에 커피와 쿠키를 들고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조금 후에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세미나 실로 들어갔습니다. 이리저리 편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날의 강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집회를 인도하나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50대 중반 정도의 관록이 있는 중후한 강사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얼마 후에 어떤 젊은이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키는 훌쩍 185이상 되어보였으며 간단한 티셔츠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들어왔습니다. 강단에 올라가서 무선 마이크를 만져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뭔가를 잊어버리고 왔는지 다시 나갔습니다. 음향 담당 청년이나 수양관 시설관리 담당 청년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집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뒤에 누군가 걸어 들어왔습니다. 아까 나갔던 그 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강단에 올라가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PPT를 화면에 띄우면서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영 내 맘에 차지 않았습니다. 카리스마도 별로 없어 보였고, 키는 훌쭉하게 컸고, 제스처는 그런대로 그랬고, 말은 빨랐지만 청중들을 그럭저럭 인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신학자인 내게 그의 강의는 성에 차지 않았지만 청중들 대부분은 흥미롭게 듣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전자 제품을 설명하는 매장의 젊은 점원처럼 보였습니다. 적어도 이 청년은 나에게 그렇게 매력적이거나 호기심을 끌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전 세미나가 끝이 나고 그가 청중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동양인인 내게 호기심을 있어서였는지 다가와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는지 등이었습니다. 나도 관례상, 강의를 잘 들었다, 아주 흥미 있는 강의였다고 칭찬 섞인 말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나와 조 장로님은 미시간의 찬란한 여름을 즐기기 위해 푸른 초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수양회 안내책자를 펼쳐 보았습니다. 오늘 내가 들은 강사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당시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 시 근방에 교회를 개척하여 출석교인이 거의 만 명에 이르는 말스 힐 성서 교회(Mars Hill Bible Church) 교회의 담임 목사 밥 벨(Bob Bell, 1970년 생)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나이가 30살이었으니 내가 그를 수련회에서 음향기기를 다루는 젊은이로 착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요. 그는 후에 사랑이 이긴다는 책을 저술하여 복음주의 권에 충격을 준 장본인이기도 하였습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옥에 보내어 고통하게 하시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이 출판된 후로 그 교회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방송 프로덕션을 만들어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작가로서 방송인으로서 설교자로서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어쨌든 그는 내가 전혀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만난 인물이었습니다. 젊은이 치고는 꽤나 대단한 젊은이를 만난 셈이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도 40대 중반이 되었으니 그를 만나지도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엊그제 그가 미국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적어본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의 프래더릭 마이어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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