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10월 31일” 유감

2014.10.31 23:52

류호준 조회 수:3077

“1031유감

 

I

 

동네 어린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밤늦게까지 돌아다닌다. 얼굴에 시커먼 천을 뒤집어 쓴 놈부터, 마귀모양의 빨간 뿔이 달린 모자를 쓴 놈하며, 치렁치렁 길게 끌리는 치마를 입은 계집아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괴상한 모습을 하고 다닌다. 둥근 호박에 괴물 이발처럼 안을 파거나 색깔을 덧입혀 긴 대나무에 꽂아 들고 골목을 휘졌고 다닌다. 조용히 다니는 놈 하나도 없다. 유난을 떨며 시끄럽게 서로에게 묻는다. “너 얼마나 받았니?” “어디 좀 보자한다.

 

소위 할로윈 복장”(Halloween costumes)을 하고 이집 저집 아파트 문을 두드리며 캔디주세요 안주시면 큰일 난데요”(Trick or treat!)라고 하는 풍습이다. 1031일이 그 날이다. 서양에서 전래된 이교적 풍속이다. 어느새 한국에도 널리 퍼져있다. 할로윈 풍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교회의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최근에 미국에선 할로윈데이라는 말 대신에 할렐루야데이로 맞불을 놓고,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즐거운 가족모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꼴사납게도 한국의 강남에선 어린 자녀들에게 할로윈 복장을 입히기 위해 수십에서 백만 원 단위까지 지출하는 정신 나간 젊은 엄마들이 간혹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쨌건 철없는 아이들의 어렸을 적 재미있는 추억 정도라면 그나마 그냥 귀엽게 봐줄 수도 있겠다.

 

II

 

시월의 마지막 밤이란 노래가 있다. 원제는 잊혀진 계절이다. 이용 씨가 불러 히트를 친 애수에 찬 노래로 이젠 1031일에 부르는 국민가요가 되었다. 슬프게 헤어진 과거를 되뇌는 푸념어린 노래 정도다. 괜스레 사람들을 센티맨탈하게 할뿐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를 수 없는 꿈은 슬퍼요 /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 나를 울려요.

 

 

III

 

서구 역사를 뒤 흔들어놓은 기폭제 역할을 한 사건이 있었다. 중세 천년동안 종교의 권위를 앞세워 평민들의 눈을 가리고 진리대신 교권을, 사랑대신 희생을, 신앙대신 전통을, 자유대신에 속박을 강요했던 로마교황청의 악습에 대해 개혁의 횃불을 드높인 사람이 있었다. 독일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95개 조항의 반박 대자보를 붙인 마르틴 루터였다. 참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진실을 위해 감히 자신의 목숨마저 내 놓은 신앙의 용사였다. 15171031일이 그 날이었다. 소위 16세기의 종교개혁운동의 시발점이었다. “종교개혁운동이라는 용어 대신 교회개혁운동이라 함이 좋을 것 같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교회개혁운동이었다. 그러나 교회개혁은 교회의 구조나 교회정치를 개혁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교회개혁운동은 본질적으로 신앙개혁운동이었다. 이 신앙개혁운동은 지속적으로 흘러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언제부터인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일종의 주의”(ism)로 화석화되기 시작했다. 일종의 이념화(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신앙개혁운동의 핵심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도 바뀌고 변화되고 개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세의 교권주의와 후시대의 교리주의가 위험한 것처럼 성경주의 역시 위험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성경주의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뒤집어엎도록 우리자신을 내어 놓는 자이어야 한다. 이들이 진정한 개혁교회의 일원이다. 개혁은 내 속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먼저 자기 자신들을 개혁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먼저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와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은혜를 입지 못한 자는 결코 개혁교인일 수 없기 때문이다.

 

1031일이 지나간다. 대부분의 교인들과 목사들은 이상의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마음에 두고 있을까? 아니 두기라도 했는가? 아마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신앙개혁운동에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불행의 단초이다. 1031일 유감이다.

 

[롬 12:1-2]

개혁주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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